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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roject Name

Drawing Project

2022

 

#1

2 년 반 동안의 펜데믹 시기를 보내면서, 많은 상황들이 바뀌었다. 그 중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살아가기 시작하였고, 이런 환경의 변화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. 나는 이따금 자연의 민낮을 바라보기가 어려웠다. 아니, 어려웠다기 보다는 회피하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. 아직도 내가 나고 자란 나라는 펜데믹의 규제가 남아있지만, 이 곳은 어떠한 규제도 남아있지 않았다. 마치 다른 행성인 듯.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직접 느끼며 계속되는 복잡한 마음 속에서 마주한 자연의 민낮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을 안겨주었다. 하지만 곧 이어 드는 생각은 이것이 진정한 자연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. 내가 살고 있었던 도시에서 진정한 자연을 찾을 수 있을까? 어쩌면 그간 편리하게 보고 듣고 느꼈던 자연은 인간의 손을 거친, 굉장히 잘 가공되어진(gardening 된) 자연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. 인간의 관리감독 하에 인간의 손을 거쳐 인간의 시각으로 보기 좋게 만든 자연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그것이 마치 참된 이상향, 유토피아인 것 같은 찬사 아닌 찬사를 보내곤 한다. 하지만 인간의 손이 단 한순간도 닿지 않은 자연의 순수하고 순결한 모습은 때론 이렇게 황무지와 같은 거칠고 때로는 낯선 존재이지 않나 싶다. 특히 공항에서 레이캬비크 시내까지 달리는 중 보이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, 내가 정말 자연의 원형을 이제야 마주하게 되는구나, 인간은 자연 앞에서 이렇게 미약하고 작은 존재 밖에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.

 

#2

특히 광활하고 압도감을 선사하는 자연들을 계속 마주하다 보니, 인간이 더 더욱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존재했다. (실제로 이 곳은 모든 환경이 자연에 맞추어져 삶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.) 그래서 어느순간 나는 이곳에서 오히려 작고 보잘 것 없는, 버려진 자연의 일부분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였다. 사실 이 작고 보잘 것 없는, 그리고 어떻게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이 작은 자연들이 결국은 장엄하다고 느끼는 대자연의 요소들로 살아가기 때문이다. 그리고 그 요소들이 쓰임을 다하면 다시 또 다른 자연을 위해 희생되어지는 순환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. 그러나 나는 이따금 그 부분들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.

#3

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. 인간 또한 삶을 다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.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땅에 떨어진 자연들이 겉으로 보이기에는 제 기능을 다 했거나, 소모를 다 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. 타인에 의해서든, 다른 이유에서든 현재의 삶의 기능을 다한 자연을 수집하여 그 흔적을 기록하는 것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자연 의 모습을 다시 한번 올곧게 바라보고자 하는 스스로의 다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
 

#4

수집한 자연이 붓이 되어 화폭에 그려짐으로써 해당 자연이 또 다른 형태로 소모되는 행위는 자연, 더 나아가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과도 같다.

 

 

#5

내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는 먹이었다. 먹은 전통회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안료인데, 다른 안료와 달리 자연에서 추출하여 만들어진다. 정확히 이야기하자면,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그을음을 동물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풀과 섞어 만들어진 것이 먹이기 때문이다. 결국 이 재료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자연 그 자체로, 더 나아가 자연의 원형을 담고 있기 때문에, 이 프로젝트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.

 

 

#6

이 프로젝트는 3 가지 기록의 단계를 거친다. 먼저, 버려지고 뜯겨진 작은 자연의 파편들을 수집한다. (레지던시 위치에서 내가 도보로 리서치할 수 있는 위치, 즉 반경 5km 내에서 수집을 진행하였다.) 이후, 수집된 자연의 파편들이 기록을 남기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과정을 거친다. 마지막으로 쓰임을 다하고 남겨진 기억의 덩어리들을 또 다른 형태로 기록한다.

수집 드로잉 - 채집물을 위한 기록 #2 _Indian ink on canvas(pressed painting by nature collection) _2022

수집 드로잉 - 채집물을 위한 기록 #1      Indian ink on canvas (pressed painting by nature collection), 20x140cm, 2022

수집 드로잉 - 채집물을 위한 기록 #1 _수집한 자연으로 견에 수묵 _

수집 드로잉 - 채집물을 위한 기록 #2      수집한 자연으로 견에 수묵, 130x210cm, 202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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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소 드로잉 - 쓰임을 다한 채집물의 마지막 기록      Charcoal on fabric, 각 53x72.2cm, 202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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흔적 드로잉 - 사라져가는, 살아져가는 존재들을 위한 기록

백토와 흑토에 음각기법, 각 25x25cm, 2023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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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roject Name

물때기록을 위한 드로잉

백토와 천연안료 배합토에 음각기법, 각 25x25cm, 2024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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